본문 바로가기
잡담

2023 회고

by 감중에홍시 2024. 1. 21.

 원래는 보통 12월 말, 1월 초애 연간 회고를 하지만, 개인적인 이슈(게으름, 미루기)로 인해 지금이나마 2023 연간 회고를 해보고자 한다.

0. 부트캠프

 나는 2022년 2월 부트캠프를 통해 처음으로 웹 개발이라는 것을 접해보았다. 물론 학교를 다닐 때, c언어와 파이썬을 찍먹해보기는 했지만, 웹 개발은 이 때가 처음이었다. 교육은 자바 백엔드 과정이었는데, 여느 부트캠프와 다름없이, 강사님은 서둘러 진도를 나가기 바쁘셨고, 우리들은 강사님의 코드를 따라치기 바빴다. 부트 캠프는 해당 과정을 수료하면, 취업 연계로 협력사로 취업을 시켜주는 시스템이었는데,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cs, 웹개발 기초 등은 소홀히 하고, 일단 교육생들에서 자바 스프링을 찍먹 시킨 후, 최대한 많이 "아는 것 처럼" 포장시켜서 협력사에 취업을 시키려는 거 같았다.

 수료를 할 때 쯤, 취업 담당자 분이 우리들이 교육을 할 때 쳤던 시험들의 성적(평균 성적을 높이기 위해 답을 거의 알려줌..)과 프로젝트를 기반으로 한 이력서를 협력사로 뿌린다. 협력사들은 해당 자료를 본 후, 교육생들에게 면접을 요청하는 방식이었다. 그래도 나름 준수했던 성적 덕분에 감사하게도 협력사들 중 가장 좋은 협력사를 포함한 여려 협력사에서 면접 제의가 들어왔다. 허나 내가 면접을 보면 볼수록 "겨우 이 정도 알고 있는 것으로 취업 시켜주는 회사가 과연 좋은 회사일까? 나 진짜 거의 아는게 없는데, 이렇게 위장 취업을 해도 괜찮은걸까?"등의 생각이 내 머리속을 지배했다. 수료 후, 다른 동기들은 모두 협력사에 취업을 한 것과 달리 나는 결국 아무 곳도 가지 않고, 내가 원하는 곳으로 취직하기 위해 공부를 더 해보기로 결정했다.

 

1. 부트캠프 수료후

 부트캠프를 수료 후, 나는 내 지식에 부족함을 느껴 따로 개인 공부를 시작했다. 솔직히 그냥 취업을 해도 됐지만, 한없이 부족한 나의 지식으로 취업을 하면 나도 고생하고, 회사에게도 민폐를 끼치는 거 같아서 도저히 그럴수가 없었다. 우선 웹개발의 기초가 되는 프론트엔드, 자바스크립트를 공부하고, 그 후에 리액트, node.js등을 공부해나갔다. 그렇게 몇 개의 강의를 끝내고 "나 이제 좀 웹개발에 대해서 아는데?"(정말로 어리석고 오만했던 거 같다. 아마 깨달음의 봉우리에서 제일 상단 쯤 위치했던 시기였던 거 같다.) 라는 생각으로 여러 군데에 이력서를 지원했다. 나는 프론트엔드/백엔드 둘 다 잘하고 싶은 욕심이 있어서, 웹 프론트엔드/백엔드 가리지 않고 다 지원했었다.

취업 전 나는 우매함의 봉우리 맨 꼭대기에 있었던 듯 하다..

 물론 수많은 서탈과 함께 자존감이 낮아지고 있을 무렵, 정말 감사하게도 지금의 회사에서 서류 통과 후, 면접 제의가 들어왔다. 스마트팩토리 솔루션 기업으로, C++이 솔루션의 주 언어지만 이제 차차 웹쪽으로도 사업을 확장시켜나가려는 회사였다. 아직은 웹 팀의 규모가 크지 않기에 프론트엔드와 백엔드를 모두 할 줄 아는, 혹은 모두 하길 바라는 사람을 뽑을 생각이었던 거 같다. 프론트엔드와 백엔드를 모두 잘하고 싶은 나로서는 정말 좋은 기회다 싶었고, 그런 나에게 면접의 기회가 찾아온 것이다. 면접 때도 몇 개의 기술 질문에 대해서 제대로 대답을 못 한 부분도 있었지만, 열심히 하려는 모습을 좋게 봐주셨는지 나는 웹 개발에 입문한지 10개월만에 처음으로 "웹 개발자"로서의 커리어를 시작하게 된다.

 

2. 취업 후 ~ 2023 상반기. 우매함의 봉우리에서 굴러 떨어지다

 그렇게 나는 2022년 10월24일. 개발자로서의 첫 커리어를 시작하게 된다. 나는 내가 개발에 대해 많이 안다고 생각했었는데, 현업과 개인 공부는 차원이 다른 이야기였다. 수많은 코드들에 의해 압사당할 거 같았다. 소스 코드를 읽는 것은 나에게 너무 버거웠고, 기본적인 프로젝트 세팅조차 쉽지 않았다. 우매함의 봉우리에서 대차게 굴러 떨어지는 순간이었다. 그래도 회사에 절대 누를 끼치면 안된다라는 생각으로 혼자 끙끙 앓아가며 나름대로 코드를 해석해 나갔다. 모르는 부분이 많았지만 괜히 질문했다가는 "이것도 몰라?"라는 소리를 들을까봐, 혹은 내 부족한 실력을 들킬까봐 질문을 하지않고, 구덩이를 파고 나 스스로를 고립 시켜갔다. 지금 생각해보면 참 안타까웠던 순간인 거 같다. 나는 질문을 하지 않는 전형적인 주입식 교육의 산물이지 않나 싶다. 아무튼 잘하고 싶은 마음에 퇴근 후, 개인 공부를 소홀히 하지는 않았지만 그와는 별개로 회사에서의 업무능력은 향상되고 있지 않았다. 그러기를 6개월.. 나는 회사에서 기대하는만큼 성장하지 못했다. 기본적인 개발지식을 잘 아는 것도, 그렇다고 해서 회사의 도메인 지식에 대해서 잘 파악하고 있는 것도 아닌 이도저도 아닌 상태였다. 팀장님께서도 "입사한 지 어느정도 지났는데.. 이 정도는 좀 알아야돼.."라는 소리도 들었었다. 솔직히 이 때, 죄송한 마음이 너무나도 컸다. "요즘 취업 시장에 잘하는 신입들도 많을텐데 혹시나 나를 뽑으신 걸 후회하시지는 않을까? 나보다 두 달 먼저 입사한 동료분은 업무적으로나 외적으로나 잘 적응하시는데 나는 왜 이렇게 적응을 못할까? 지금이라도 포기하고 딴 일 알아봐야 하나?" 등의 고민들로 하루하루를 보냈다. 

 

3. 2023 하반기. 드디어 나도 성장이란 것을..?

 여느 때와 다름없이 버그를 수정하고 있던 7월의 어느 날. 아무리 생각해도 코드가 너무 불합리한 구조로 짜여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기존의 로직으로는 도저히 버그를 고칠 수 없고, 구조를 뜯어 고쳐야 하는 상황일 거 같았다. 평소에 질문을 잘 하지 않는 나였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내 생각이 맞는 거 같아서 용기를 내어 팀장님을 찾아갔다. 회의실로 들어가서 내가 코드를 바탕으로 이해한 내용, 그리고 해당 내용을 수정하기 위해 수정해야 할 내용들을 상세하게 설명 및 질문해나갔다. 팀장님께서는 아무말 없이 계속 듣고 계시다가 마지막에 한 마디 하셨다.

"드디어 너가 알을 깨고 나오려나보다."

그 말을 들으니 그동안 노력했던 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가서 눈물이 나올 것만 같았다. 물론 내색은 하지 않았다. 회사에 들어오고 상급자에게 듣는 첫 칭찬이었다. 팀장님께서 설명하시길, "너가 설명한 내용이 다 맞고, 기존의 코드가 불합리한 구조인 게 맞다. 나중에 다 리팩토링 해야한다. 대신 일단 지금은 ~~해서 버그 픽스를 하는 것이 좋겠다."라고 하셨다. 그렇게 나는 팀장님의 가이드라인대로 버그를 고쳤다.

버그 발생 -> 코드 분석 -> 불합리한 구조 발견 -> 회의, 의사 결정 -> 버그 픽스

일반 개발자들에게는 지극히 자연스럽고 당연한 업무 프로세스지만, 이 날은 나에게 굉장히 의미가 있는 날이었다. 나는 그동안 회사의 코드는 절대적이고, 코드를 이해 못하는 것은 절대적으로 내 잘못이다 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런 나의 관념이 철저하게 무너진 날이었다. 회사 코드는 생각보다 허점이 많았고, 질문을 하면 화내고 짜증낼 것만 같던 팀장님은 사실 질문 받는 것을 좋아하시는 분이란 것을 깨달은 날이었다. 저 날을 기점으로 나의 회사 생활은 완전히 달라졌다. 모르는 것은 질문하고, 회의하고, 같이 의사결정을 하며 도움을 받는 회사 생활이 시작된 것이다. 새삼 하드 스킬(코드를 읽고 작성하는 능력)과 소프트 스킬(팀원들과의 원활한 소통 능력)이 동시에 성장했다라는 느낌을 받았다. 저 날 이후, 나는 모르는 부분이 있다면 계속 질문하고, 커뮤니케이션 하며, 이제는 도메인에 대해서도 어느정도 익숙해져서 어떤 부분에 문제가 생겼을 때, 누구에게 가서 질문을 해야 하는 지도 알게 되었다. 입사 초 ~ 2023년 상반기에는 퇴사에 대한 생각을 정말 많이 했었지만 지금은 회사 생활에 만족하면서 잘 다니고 있다. 착하고 능력좋은 팀원들, 좋은 워라밸, 월급..은 좀 올랐으면 좋겠지만 아무튼 요즘은 퇴근 후, 개인 공부 및 여가 생활을 즐기며 크게 스트레스 없이 회사를 잘 다니고 있다. 물론 개발 일정을 맞춰야 하는데, 구현이 안돼서 스트레스 받는 일은 있어도 예전처럼 자존감이 낮아지는 고민은 하지 않게 되었다. 지금의 나는 아마 더닝 크루거 그래프(위 그래프)에서 절망의 계곡을 갓 벗어난 어디쯤..이 아닌가 싶다. 그리고 혼자 끙끙 앓던 그 시절의 고뇌도 다 보이지 않던 성장의 과정이었던 거 같다. 하지만 그 때로 돌아간다면 나는 다시 모르는 부분에 대해서 혼자 끙끙 앓지는 않을 거 같다. 아마 모르는 부분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질문하고 소통했다면, 과거의 나보다 더 빨리, 더 크게 성장하지 않았을까 싶다. 어디서 듣기를 "사람들과의 신뢰는 나의 부족함을 드러내는 것으로부터 나온다."라고 들었다. 과거의 나는 부족한 모습을 들키지 않기 위해 질문하지 않고, 커뮤니케이션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오히려 내가 모르는 부분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질문하고 나의 부족한 모습을 당당하게 보여주니 팀원들에 대한 나의 신뢰가 올라간 거 같다.

2024년의 나는 앞으로도 계속 소통하고 자기계발하며 개발자로서, 좋은 직장동료로서의 역량을 키워나갈 것이다.

 

4. 개발자에 대한 나의 생각

이제 개발자라는 직업에 대해 나의 생각을 자유롭게 써보고자 한다.

나는 야구, 해외야구, 축구, 해외축구, 해외농구 등 굉장히 다양한 스포츠를 즐겨본다. 그 중에서 해외축구를 가장 좋아하는데, 예전부터 드는 생각이지만 개발자는 마치 프로 스포츠 선수와 결이 비슷하다라는 생각을 한다.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크게 다음과 같다.

1. 눈에 보이는 정량적인 성과를 낼 수 있다.

2. 재능에 의한 차이가 극명하게 갈린다.

3.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력으로 눈에 띄는 기량 발전을 이룰 수 있다.

위 내용을 설명하기 위해 내가 가장 좋아하는 해외축구를 예시로 들겠다. 축구선수는 10경기 4골 혹은 10경기 평균 평점 8점. 개발자는 ~~기능을 개발 혹은 ~~ 개선으로 인해 ~~ 성능 ~~ 개선. 등의 성과를 정량적으로 표현할 수 있다.

그리고 개발과 축구는 둘 다 재능에 의한 실력 차이가 극명하게 갈린다. 메시는 세계 최고의 축구 선수로서 그 누구보다 뛰어난 재능을 가지고 소위 말하는 GOAT가 됐고, 빌 게이츠, 일론 머스크는 진즉에 거대 회사의 CEO가 되었다.

위 내용 중, 내가 가장 주목하고 싶은 것은 바로 세 번째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력으로 눈에 띄는 기량 발전을 이룰 수 있다."이다.

축구에서는 정말 뛰어난 재능들이 매년 우후죽순 생겨났다 사라진다. 뛰어난 재능을 가진 선수들로는 에덴 아자르, 폴 포그바, 델리 알리 등 정말 여러 선수들이 있다. 허나 내가 앞서 서술한 선수들은 모두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그것은 바로 "세계에서 손에 꼽을 뛰어난 재능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노력을 소홀히 하여 전성기가 짧았다. 혹은 비교적 어린 나이에 기량이 퇴화했다"라는 점이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현재 프리미어리그 울버햄튼에서 뛰고 있는 황희찬을 정말 좋아한다.

황희찬은 울버햄튼으로의 이적 초기 극심한 골 가뭄과 부상으로 인해 홈팬들에게 야유를 받는 상황도 있었다. 그러나 꾸준한 식단과 자기관리, 훈련으로 2024년 1월 현재는 세계 최고의 리그, 프리미어리그 득점 6위, 무려 10골을 넣으며 홈팬들의 야유를 환호로 바꾸어놓았다.

황희찬의 프로 의식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더 놀랍다. 황희찬은 부상을 잘 당하는 체질 때문에 근육에 좋지 않은 붉은 고기를 먹지 않고, 흰 살 생선과 고기만 먹는다고 한다. 그리고 몸 관리를 위해 아무런 간 없이 그냥 먹는다.

한 일화로는 대표팀 동료가 컵라면을 먹고 있어서 황희찬에게 한 입 먹을 것을 권했으나 이를 거절하고 런닝을 뛰러 갔다는 일화도 있다. 그동안은 프리미어리그에서 크게 두각을 드러내지 못했으나 올해에는 드디어 이런 워크에틱(성실함)이 빛을 보는 시즌이 아닌가 싶다.

나는 개발자라는 직업 또한 프로 스포츠 선수와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비록 재능에 의한 차이가 있긴 하지만, 노력으로 충분히 일정 수준 이상의 실력으로 끌어올릴 수 있고, 그에 따른 대우도 더 좋게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개발자계의 황희찬이 되고 싶다. 물론 황희찬 선수도 엄청난 재능을 가지고 있기에 프로 선수가 되고 EPL에 입성한 것이겠지만, 내가 본받고 싶은 것은 바로 그의 워크에틱이다. 본인의 실력 향상을 위해 항상 다방면으로 노력하는 그의 모습을 본받고 싶다.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라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황희찬 선수의 앞날에 좋은 일들만 가득했으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2024년의 나도 황희찬 선수처럼 꾸준히 노력하여 좋은 개발자, 좋은 동료로서 성장하고 싶다.

'잡담' 카테고리의 다른 글

SEF 2023 후기  (0) 2023.09.16
인프콘 2023 후기  (1) 2023.08.19